한 줄 노트 168

우리나라가 지정한 태풍 이름/ 이영식

우리나라가 지정한 태풍 이름      이영식/ 시인    태풍의 이름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들에 대한 예보 시 혼동을 막기 위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 해공군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 남녀 이름을 정해 사용했으며, 2000년부터는 태풍이 자주 출몰하는 아시아지역 14개국이 제출한 고유의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지정한 태풍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이 있다. (p. 124-125)    -------------------------  * 이규자 시집 『낙타로 은유하는 밤』 해설 中 (2024, 상상인)   * 이영식/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꽃의 정치』『휴』 외

한 줄 노트 2024.04.27

음악과 시(부분)/ 장석원

음악과 시(부분) 장석원/ 시인 시의 문법과 노래의 문법은 다르다. 좋은 시니까 좋은 가사가 될 것이라고 믿는가. 좋은 노래는 좋지 않은 가사도 좋은 의미로 바꾸는 마법을 실행한다. 노래는 음악과 가사를 함께 거느린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음악이라고 말할 것이다. 많은 고전음악은 가사를 갖지 않는다. 세고비아의 기타 연주에는 가사가 없다. 현대의 힙합 장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밀어놓은 채 실연實演하는 새로운 구술口述 예술이 되었다. 시가 노래와 결합해야 한다고? 크로스오버(crossover),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등등 여러 용어들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혼종(hybrid)'이다. 피와 피를 섞는 법을, 유전자를 교배하여 새로운 잡종과 돌연변이를 일으키..

한 줄 노트 2024.04.16

한국의 돌멘,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부분)/ 박상일

한국의 돌멘,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부분) 박상일/ 청주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교수 무덤은 종족과 사회집단마다 고유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보존성이 강해서 그 분포 범위와 이동 경로는 그들의 역사를 실증해 준다. 우리나라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무덤 양식이 나타나는데 청동기시대의 일반적인 무덤은 고인돌이었다. 비슷한 시기의 석관묘와 옹관묘, 그리고 돌무지무덤, 돌방무덤,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변화하면서 나라마다의 특징을 나타내고, 여기에 순장의 풍습과 풍수도참사상이 더해졌다. 고인돌은 거석기념물로 만들어진 돌무덤의 일종으로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 하고 한자로는 지석묘支石墓라 쓴다. 예전에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지석묘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고 지금도 전국 각지의 문화재 명칭에 함께 쓰이고 있다. 이밖..

한 줄 노트 2024.04.16

그리하여 서정은 이 시대의 우회로이다/ 박동억

박동억 평론집 『침묵과 쟁론』/ * 말은 곧 인간의 법정이다. (p. 11) * 휴머니즘의 회복을 주장하는 독일의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말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라도 "휴머니즘의 파괴는 결코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1) 무엇보다 그는 인공지능 개발은 효율적인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한 기업들의 자본에 기대어 이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인공지능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대어 모든 것을 자본화하는 데 동원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야기될 것은 인간의 도구화다. 그렇다면 시를 쓰는 인공지능의 미래 또한 자명하다. 누구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시 쓰는 '노동'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시 쓰기는 인간 존재의 고차적인 능력을 증명하지 않게 될 것이고, 시 작품은 대..

한 줄 노트 2024.04.07

김인환 에세이_『근대의 초상』/ 주요 노트 30구절

『근대의 초상』_주요 노트 30구절 김인환/ 문학평론가 1.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을 참된 사람, 정직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논리학의 방법은 언어분석이지만 논리학의 목적은 언행일치에 있습니다. (p. 7) 2.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이미 알려진 모든 지식과 미리 알고 있는 모든 개념을 철저하게 끊어내면서 의식 안에서 새로운 의미가 구성될 때까지 완강하게 기다리는 선험적 단계의 내면화 과정을 현상학적 환원이라고 합니다. (p. 8) 3. "정신분석은 평전 연구에 필요하고 자본론은 문학사 공부에 필요하다. 공부는 대충하면 안 되고 항상 세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30년 동안 매년 했어도 한문이나 ..

한 줄 노트 2024.03.22

오탁번 시 읽기 2 『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 20인의 '한 문장'들

오탁번 시 읽기 2 『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         20인의 '한 문장'들       오탁번 외 19인                  '비백飛白'은 후한後漢 시대의 서예가 채옹蔡邕이 흰 벽을 귀얄로 칠하는 것을 보고 창시한 서체라고 한다. 비로 쓴 것처럼 잘게 갈라져 획이 비동飛動하면서 흰 귀얄자국이 나타나는 서체다. 붓의 끝마무리가 깃발처럼 휘날려서 편액 같은 대자大字에 잘 어울리는 서체로서 붓에 먹물을 많이 묻히지 않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갈필渴筆과는 다른, 서예의 고도한 수법이라 할 수 있다. (p. 39-40) (오탁번)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 옛날에 그는, 그의 시는 무엇인가, 어떤 갈증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 그의 시는 빈 곳 투성이다. 이 새 ..

한 줄 노트 2024.03.14

서정이 인식과 결합하지 못하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숭원

서정이 인식과 결합하지 못하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숭원 감동을 주는 시에는 시와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인식이 담겨 있다.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여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돌이켜 보게 하거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야 그것이 진짜 시다. 이것은 삶을 철저히 사유하고 대상을 진실하게 탐구하는 데서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진실한 서정은 우리 마음에 직접 파고들어 파문을 일으키면서 삶의 반성을 유도하고 새로운 정동을 체험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정교한 서사, 선명한 논설과 구분되는 서정만의 독특한 형질이다. 훌륭한 시는 이 요소를 유전적 형질로 갖추고 있다. 서정의 차원을 떠나 이러한 요소가 부족한 시는 제대로 된 시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시의 서정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 변별의 지점을 제..

한 줄 노트 2024.03.11

'선한 대상화'와 '대상화하지 않기' (부분)/ 이병철

'선한 대상화'와 '대상화하지 않기' (부분) 이병철/ 시인 · 문학평론가 지난해 출간된 시집들 중 가장 의미있는 작업으로 이산하의 『악의 평범성』(창비)을 꼽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기록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장교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다. 패전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정체를 감춘 채 리카르도 클레멘테라는 이름의 자동차 수리공으로 살다가 10년 만에 이스라엘 비밀경찰 모사드에게 붙잡혀 예루살렘 법정에 세워졌다. 아이히만 아닌 클레멘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누구에게나 성실하고 선한 이웃이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

한 줄 노트 2024.03.09

『상징학 연구소』/ 자유시론_시 창작 & 상징학Ⅴ

시 창작 & 상징학 Ⅴ 창작연구실 상징은 변치 않는 불변의 본성과 그 본성이 작용하는 실체, 그리고 본성이 작용하여 구현하는 상징물의 세 국면을 보여줍니다. 상징의 본성은 '동일화'이고, 실체는 동일화 정신작용인 우리의 사고이며, 그 결과물은 기호입니다. 기호는 우리가 지식이나 의미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기호로부터 우리는 사고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사고는 기호를 재료이자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사고는 새로운 지식의 기호를 얻음으로써 수행을 종료합니다. 사고는 매개를 사용해서 다른 대상이나 기호들을 인과적으로 통일하는 상징이자 상징작용입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상징의 실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다양하게 변화 발전하는 문화 현상 속에서 변주되어 나타나는 상징의 형식과 상징물..

한 줄 노트 2024.02.23

문학이 주는 선물(부분)/ 윤영훈

中 문학이 주는 선물(부분) 윤영훈/ 아동문학가 ·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즉, 문학인은 외로운 공간 속에서 시대의 선구자로서 고뇌하며, 남다른 창작의 열병을 앓아야 하는 것이다. 문학인은 반짝이는 언어의 광맥을 찾기 위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한다. 이렇게 숱한 인고 속에 탄생한 좋은 문학 작품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많은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켜 준다. 문학을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선악을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아는 것도 많아서 화제가 풍부하여 대인관계도 좋을 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눈도 다양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도 잘 생각해 낸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는 오늘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성은 문학 속에서 찾아야만 하기에 여전히 문학책을 읽어야 할 당위성은 존재하..

한 줄 노트 202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