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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8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8 정숙자 창조 창작 자연 예술 태양 등불 태양도 때로는 눈물에 휠까? 피가 끓기도 할까? (1990. 10. 4.) ‘싶은’ 그것이 사라졌다. 더 갖고 싶은, 더 맺고 싶은, 더- 더- ‘더’가 ᄉᆞᄅᆞ졌다. 이런 게 정화인가? 승화인가? 순화인가? (요즘 빈번히 체감하는 악 중 악) (그로 인한 효과일까?) 소박한 말씨와 웃음들이 미래형으로 안착한다. 각인은 공간을 겸한 시간까지도 거기 고정시킨다. -전문(p. 67) ------------- * 『미래시학』 2024-봄(48)호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7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7 정숙자 그믐달에 줄 매어 공후로 탈까? 화살촉에 꽃 매겨 서편에 쏠까? 마음 없는 마음은 천지도 한 뼘 오르ᄅᆞᆨ내리ᄅᆞᆨ 먼먼 그네를 타네 (1990.10. 4.) 오래전 저 뒤뜰이 서리 낀 하늘이었군요 그 밤은 분명 협곡이었는데,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뿐입니다. 협곡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란 슬퍼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고… 괴로워하지도 말고… 다만 수직/수평으로 한 올 한 올 ᄍᆞ보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가느다란 실일지라도 진실/진심을 부어보는 거, 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협곡의 삶, 오늘도 진행 중입니다 니체의… 영원-회귀, 캄캄히 진화 중입니다 -전문(p. 66) ------------- * 『미래시학』 2024-봄(48)호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6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6 정숙자 여름날 뭉게구름만큼이나 많은 슬픔을 농사지었습니다. 그 목화로 실을 뽑아 하늘 닿는 가락을 수놓으려 합니다. 희디흰 실을 뽑고 남은 씨앗으로는 내일을 그리지요. 검고 검은 겨울밤이면 창문 흔드는 바람 소리와 ᄒᆞᆷ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삐걱삐걱 세상을 읽겠습니다. (1990. 10. 8.) 지금, 이곳은 어디일까요? 연옥이란 단테 알리기에리가 『신곡』에 쓴 사후 세계 어디일까요? 아닌 듯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 보니… 하루하루ᄀᆞ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 보니… 저녁노을이 새삼 꽃ᄃᆞ웠습니다 -전문(p. 2_자필// p. 160-161_한컴) ----------------------- * 『딩아돌하』 2024-봄(70)호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2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2 정숙자 바람이 조용하고 맑은 햇빛을 동그란 탁자 위에 놓고 갑니다. 저는 이 꽃다운 편지를 마저 읽지 못하고 당신께 갑니다. 당신의 초대에 늦을까 봐 서둘러 눈을 감고 지름길로 ᄀᆞᆸ니다. 당신은 사원이나 궁중에 아니 계시고 무한한 대기 중에, 공기 중에 계십니다. 당신께서 초대하신 장소는 언제나 제 마음속 가장 깊고 조용한 골ᄍᆞ기임을 외웠기 때문입니다. (1990. 9. 20.) 방금 samsung man이 다녀갔습니다. 냉장고 야채박스 밑에 자꾸만 얼음이 깔리기 때문이었어요. 거뜬히 A/S를 마친 뒤 그는 뭐 더 불편한 게 없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전기를 넣어도 움직이지 않는, 20년은 족히 넘었을 소형 분쇄기를 꺼냈습니다. 바쁠 텐데도 그는 분쇄기를 해체/조립했습니다...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5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5 정숙자 화분에 갇힌 난초가 꽃을 피웠습니다. 말 못 하는 풀임에도 제 그리운 데를 바라보느ᄅᆞ 문 쪽으로 목이 휩니다. 꽃피움만이 그의 언어요 자유이거니, 향기는 그의 날아가고픈 마음이요 숙여 핀 꽃은 안길 데 없어 되돌ᄋᆞ온 메아리임을…, 불립문자로 읽었습니다. (1991. 9. 26.) 아침이면 유리창 가득 눈 맑은 햇빛이 웃어줍니다 일흔 넘도록 자획만을 애끓은 이가 굶지도 않고…, 먼 골에 묻히지도 않고…, 이로써 족합니ᄃᆞ 당신께 드릴 오늘의 꽃은 ‘이로써, 이로써 족하옵니다’ -전문(p. 75-76) ----------------- * 『시결』 2024-봄(창간)호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4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4 정숙자 아득히 먼 곳을 동경하기보다 제 몸담은 이 땅을 사랑하겠습니다. 제 영혼을 도와준 풀꽃, 이슬, 바람이 사는 이 흙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겠습니다. 그들이 제게 준 기쁨을 갚으려면 몇 생을 바쳐도 부족하겠지요. 이 행성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친절하고 아름다운 별입니다. 제가 죽은 뒤 공기가 되면 이 지구를 지날 때마다 꼬옥 안고 한참씩 머물다 가겠습니다. 돌아보며, 돌아보며··· 가겠습니다. (1990. 9. 21.) 한 번 쓴 물 잘 간수하여 다시 사용할 때 행복하다 스카치테잎 잘 떼어 여기저기 다시 쓸 때 뿌듯하다 헌종이에 생명을 한 번 더 부여할 때마다 산뜻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매시간 보람 있고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런 건 시가 아니고, 책이 아니며, 돈도 아니지..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3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3 정숙자 당신은 애인들을 위하여 많은 태양을 갖고 계십니다. 마치 개울물과 호수를 위하여 수ᄆᆞᆭ은 달을 풀고 계신 것처럼. 저는 그 애인들과 태양을 질투에 들이지 아니합니다. 분배된 만큼의 빛만으로도 꽃 총총 열 수 있음을 어느 아침 매화가 귀띔해 주었습니다. (1990. 9. 20.) 멀리 보이는 산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에겐 카프ᄏᆞ와 칸트와 니체 같은 이름들의 봉우리 위로 피어오르고 지나가는 구름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문/학은 대지를 빛내며 유유히 사유하는 강물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가끔 그 언덕을 따라 걸었지만, 끝ᄁᆞ지 가지는 못하고 바람에 옷깃을 맡기며 감동과 경외감만을 띄워 보낼 뿐이었습니다. 차츰 나이 들면서 그들의 의지는 그들이 뿜어낸 피요, 뼈라는 게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0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0 정숙자 꽃나무도 저 태양도 눈감으면 없습니다···만, 당신은 내내 한자리 서 계십니다. 그 여일ᄒᆞᆷ에 우주는 날마다 새로워집니다. 바람결에 파묻은 대지의 피-울음은 어디서 사라지는 이슬일까요? 어찌ᄒᆞ여 살아서. 살아서. 다시 오는 이슬일까요? (1990. 9. 17.) 밟히며 꺾이며 일어서며 그래도 휘어질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문(p. 105) 끝 행(필자 註) "그래서 더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표 "그래서 더 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고 -------------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에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9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9 정숙자 등갓 하나 추녀에 걸렸습니다. 그 안쪽에 불꽃 ᄒᆞᆫ 송이 켜 주세요. 대문간 나무가 하늘 닿게 자랐는데···, 하늘이여 자칫 늦을 수 있습니다. 끊일 듯 이어지는 벌레 소리가 어둠을 아파합니다. (1990. 9. 10.) 산과 강, 바다와 들, 뭇 짐승과 곤충들 이미 온전한 음색인데, 인간만이 왜 아직도 불충분일까? ‘사람’이라는 제목 앞에선 ᄒᆞ느님도 그리 어려우신가? -전문(p. 104) -------------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에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1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1 정숙자 뱃머리 돌리려는 듯 귀뚜리들 노 젓습니다. 높이 뜬 달 하도 푸르러 온 힘 짱짱히 기울입니다. 질러가자고- 질러ᄀᆞ자고- 엄동이 아닌 봄 언덕으로. 했으나 며칠 새 칼바람 날려 그 많던 귀뚜ᄅᆞ미 날개를 잃고, 한두 올 가까스로 들려옵니다. 귀또르 귀 또···르, 귀잇 또르르···. (1990. 9. 19.) _ 백익무해百益無害, 거실에서 커튼을 여는데 우연히도 돋아난 볕뉘입니다. 백해무익百害無益, 두 개의 글자를 바꿨을 뿐인데요, 의미는 극과 극이죠. 의식에서 잠재의식으로, 거기서 무의식으로ᄁᆞ지 내려가 정착했던가 봅니다. 책에 대하여 (해체한 치약 상자 안쪽에) 가둬놓은 낙서를 들춰볼까 합니다. “경건한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책은 읽을 수 없다. 구겨진 일상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