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85

같은 하늘 다른 시간을 살고 간 두 천재 이야기_김삿갓 & 굴원/ 정숙자

같은 하늘 다른 시간을 살고 간 두 천재 이야기 - 김삿갓 & 굴원- 정숙자 1. 난고 김병연의 가족관계 生: 1807년 경기도 양주에서 나고 자랐다. 조부는 평안도 선천부사 김익순, 아버지는 김안근, 어머니는 함평 이씨, 형 김병하와 동생 김병두가 있었고. 부인은 장수 황씨, 자식으로는 장남 김학균과 차남 김익균, 삼남 김영규를 두었다. 死: 1863년 김병연이 56세로 전라도 동복 땅(지금의 화순)에서 객사했다. 행려병자로 연고 없이 사망한 이들을 묻는 ‘똥뫼’라는 곳에 묻혔지만, 3년 뒤 아들 김익균이 유해를 영월로 옮겨 장사 지냈다. 後: 김삿갓 유적보존회 구성, 『(천재적인)김삿갓의 (문학적) 유산』(1992)발간. 2. 조부 선천부사 김익순으로부터 시작된 삶: 김병연의 나이 4살 때(1811)..

윤정구_시사(詩史)를 뚫고 간 시의 진화 궤적의 경이/ 극지 行 : 정숙자

(177)호   부채시로 안부를 묻다> 中     극지 行     정숙자    한층 더 고독해   진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 훌쩍 자라오른 나무는  그 우듬지가 신조차 쓸쓸한 허공에 걸린다  산 채로 선 채로, 홀로  그러나 결국 그이는  한층 더 짙 푸른 화석이 된다  - 시집『공검 & 굴원』(2022, 미네르바)     ▶ 시사詩史를 뚫고 간 시의 진화 궤적의 경이(전문) _ 윤정구/ 시인   정숙자 시인은 처음 만난 것은 교보문화재단의 창작지원에 함께 뽑혔던 97년이었다. 그로써 정 시인은 여섯 번째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을 엮었고, 나는 첫 시집인 『눈 속의 푸른 풀밭』을 엮었다. 몇 번의 시인 모임에 나가면서 초심자였던 나는 시협 세미나에 한 테이블에 앉기도 하고, 서강대에서 열린 철학 특..

폐허 플레이/ 정숙자

폐허 플레이 - 미망인 정숙자 그 돌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었다 그 큰 돌이 어떻게 항상 내 시야視野에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해와 달과 어머니··· 피라미드와 큐브··· 때론 성자와 짐승의 골격이기도 했다 나는 그 때문에 운 적 있지만 그로 인해 시든 적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출렁출렁 고비조차 구름판으로 틀어버리며

봄은 끈이로되/ 정숙자

봄은 끈이로되 - 미망인 정숙자 메마른 땅과 바람의 중간에서 들쑥날쑥 어두운 태양 번갯불 몹시 튀어 짓찢기고 타더라도 뭣 하나 떨어뜨림 버림도 없는, 창공은 장마철 몇 억 겁을 긋고 다듬어 저 품이 되었을까? 어느 먼 곳에 눈을 묻고 걸었기에 햇빛 나른한 보도블록 위 목숨 줄 풀었는지 지렁이야, 지렁이야, 아직 파란 지렁이야 꿈꾸지 않고 사는 법 배워야겠다 처음 꿈꾼 게 꿈이었는데 마지막 버릴 것도 꿈이었구나 오래 헤아린 방향들, 발걸음도 줄여야겠다 처음 내다본 게 길이었거늘 최후에 덮을 것도 그거였구나 말 없는 서울의 모퉁이에서 구름 한 서랍 흘러간다 -『들소리문학』 2013-여름호 ----------------------- * 시집 『공검 & 굴원』(3부/ p. 92-93)에서/ 2022. 5. 16..

싱글턴* 가족/ 정숙자

싱글턴* 가족 정숙자 냉장고 다탁 서랍들 옳은 쪽으로만 도는 선풍기. 노상 한세상 에두르는 세탁기. 촌음도 가꿔라 스승 버금 벽시계. 농부를 생각하라 겸손한 식탁. 지구 끝도 단숨에 집 전화와 손 전화. 펼치면 나비가 덮으면 섬이 되는 책. 수평수직 투명한 잉크와 펜들. 꺼 놔도 어물쩍 진화하는 컴퓨터. 거울 이불 액자들 빈병과 우산. 창문 밖 새 소리와 나무와 태양. 산책로의 동/정맥 바람 개미 매미와 거미. 오밀조밀 명멸하며 웃는 가게들. 우주로까지 뻗어나간 네거리와 강. 커피도 각색하라 늘 젊은 TV. 그리고··· 그리고··· 깊은 하늘엔 더 먼 하늘로 흐르는 계단. - 『문학과 창작』2013-가을호 * 싱글턴(singleton): 혼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독신’인 사람들은 혼자 살 수도 있..

정숙자 시인, 제18회 김삿갓문학상 본상 수상/ www.koreapoem.co.kr/news

정숙자 시인, 제18회 김삿갓문학상 본상 수상/ www.korea.co.kr/news 난고 김삿갓(본명 김병연)의 문학적 업적과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한 올해 제18회 김삿갓문학상 본상에 정숙자 시인의 시집 『공검 & 굴원』이 선정됐다. 한국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 시인은 전북 김제 출신으로 1987년 제1회 황진이문학상 수상에 이어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한 시인은 제8회 들소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로 제9회 질마재문학상, 2019년에는 제32회 동국문학상을 각각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9월 30일 김삿갓문학관 광장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 ------------------------ * 『현대시』 2022-11월(395)호, p-26..

제18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 수상소감/ 정숙자

이 가을에 안겨 주신 은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정숙자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조용한 오후였습니다. 인기척도, 하다못해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휴대폰 신호음이 울렸습니다. 수장자로 선정되었다는 전언이었습니다. 참으로 뜻밖의, 참으로 벅찬 소식이었습니다. 언감생심! 시집이 나온 것만으로도 복된 일인데 수상이라니요! 두근거리는 심정을 누르며 검색창을 두드렸더니, 이번에는 ‘벅참’이 아니라 ‘아찔함’이 몰려들었습니다. 역대 수상자의 명단을 대하는 순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습니다. 주눅이 들기도 하고, 송구스러움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보도자료로서 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아, 뭐라고 써야 하나, 이럴 땐 어느 요정이 기막힌 영감을 불어넣어 줬으면..

제18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 대표시「극지 行」외 4편/ 정숙자

극지 行 정숙자 한층 더 고독해 진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 훌쩍 자라 오른 나무는 그 우듬지가 신조차 사뭇 쓸쓸한 허공에 걸린다 산 채로 선 채로, 홀로 그러나 결국 그이는 한층 더 짙-푸른 화석이 된다 -전문(p. 20) -------------- 공검空劍* 눈, 그것은 총체, 그것은 부품 알 수 없는 무엇이다 지운 것을 듣고, 느낌도 없는 것을 볼뿐더러 능선과 능선 그 너머의 너머로까지 넘어간다 눈, 그것은 태양과 비의 저장고 네거리를 구획하고 기획하며 잠들지 않는 그 눈, 을 빼앗는 자는 모든 걸 빼앗는 자다, 하지만 그 눈, 은 마지막까지 뺏을 수 없는, 눕힐 수 없는 칼이며 칼집이며 내일을 간직한 자의 새벽이다 양날이지만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수천수만, 아니 그 이상의 팔이라 할까 (나부끼지 않..

제18회 김삿갓문학상 심사평/ 수상자 : 정숙자

칼의 언어와 허무의 힘 - 시집 『공검 & 굴원』(2022. 미네르바)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해 먼저 역량 있는 시인, 평론가들로 구성된 추천위원들로부터 작년과 올해 나온 시집들을 추천받았다. 모두 20여 권의 훌륭한 시집들이었다. 하지만 많은 고민과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정숙자 시인의 시집 『공검 & 굴원』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자는 것에 심사위원들이 모두 동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시집의 시들이 가진 작품의 밀도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시에 침윤되어 있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세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자유의 정신이, 자기 성찰과 탈속을 보여주는 김삿갓의 문학 정신과 통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 시집의 첫 장에 수록된 「극지 行」은 이 시집의 서시에 해당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