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161

눈 온 날 아침/ 문근영

눈 온 날 아침 문근영 하얀 도화지에 발바닥 도장을 찍는다 닭은 새싹 도장 오리는 잎사귀 도장 강아지는 꽃 도장 세상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눈에게 참 잘했다고 제각기 칭찬 도장 꾹꾹 찍는다 -전문(p. 84) ------------- * 『미래시학』 2024-봄(48)호 에서 * 문근영/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동시집『연못 유치원』『앗! 이럴 수가』『두루마리 화장지』『깔깔깔 말놀이 동시』외 공저 다수

동시 2024.04.21

점자블록/ 옥인정

中 점자블록 옥인정 길마다 아빠에게는 노란색 전용도로가 있다 톡톡, 톡톡 거기에서 아빠는 하얀 지팡이로 땅을 노크한다 톡톡, 톡톡 손가락보다 예민해지는 아빠 발바닥 톡톡, 톡톡 쭉 가라는 줄무늬블록 길가에 시설물이나 돌기둥이 툭 나와 있으면 멈추라는 동그랑무늬 블록 지팡이를 쭉 길게 빼서 책을 짚으며 간다 톡톡, 톡톡 노란색 전용도로 두 번씩 점자를 노크하는 하얀 지팡이 톡톡, 톡톡 -전문(p. 236-237) * 심사위원 : 김동수(시인_심사평) 이구한(문학평론가) 김영진(시인) -------------------- * 반년간 『미당문학』 2024-상반기(17)호 에서 * 옥인정/ 전남 무안 출생, 2021년 ⟪전북문단⟫ 95호 시 부문 & 2023년『미당문학』으로 동시 부문 당선

동시 2024.04.06

사람들의 나무 생활/ 신현서

사람들의 나무 생활 신현서 책장이 가지고 있는 책들도 나무 사람들이 집을 꾸미는 가구도 나무 사람들이 자주 쓰는 종이도 결국엔 나무 사람들은 나무 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나무는 가족을 잃은 것 같아 눈물을 뚝뚝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때문에 나무를 펑펑 쓴다 -전문(p. 150) ---------------- * 『시마詩魔』 2023-여름(16)호 에서 * 신현서/ 인천 가현초등학교 5학년

동시 2024.02.10

하병우_(···), 휴머니즘과 아동문학, 그의 시세계/ 자장노래 : 윤석중

자장노래 윤석중(1911~2003, 92세)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초저녁 달을 보고 멍멍 짖다가 심심해 바둑이도 잠이 들었다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아무리 불어 봐도 소리가 안 나 성이나 나팔꽃도 잠이 들었다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모여서 소곤소곤 채송화들도 이입들도 꼭 다물고 잠이 들었다 아가야 착한 아기 잠 잘 자거라 집 없는 잠자리도 풀잎에 앉아 눈물이 글썽글썽 잠이 들었다 -전문(p. 332) ▶ (···), 휴머니즘과 아동문학, 그의 시세계/ 아동문학 (발췌) _하병우/ 시인 · 문학평론가 아동문학이 시작된 것은 방정환에서부터였다고 한다. 즉 신문체로 써진 동화가 소파의 동화운동을 비롯해서 그가 쓴 동화가 그림이나 안데르센의 동화를 번역으로 된 것이라고 해도 창작동화..

동시 2024.01.27

하늘 외 1편/ 김옥애

하늘 외 1편 김옥애/ 아동문학가 바라보면 아득한 하늘 긴 사다리 딛고 올라가면 발 딛을 수 있을까 그 사다리에 또 사다리 이으면 두 팔 벌려 너를 안을 수 있을까? -전문(p. 34) -------------- 꼬마 섬 지구의 기후변화 걱정하는 외톨이 꼬마 섬 나 어쩌나 바닷물에 잠겨 버리면 -전문(p. 35) --------------------- * 『월간문학』 2023-9월(655)호 에서 * 김옥애/ 전남 강진 출생,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장편동화집『그래도 넌 보물이야』『봉놋방 손님의 선물』『추성관에서』등, 동시집『내 옆에 있는 말』『일 년에 한번은』『하늘』『숨어 있는 것들』

동시 2023.10.04

아버지/ 유금옥

아버지 유금옥 학교 가는 길에 하느님을 보았다 멀리, 9층 아파트 지붕 꼭대기에서 하늘을 파랗게 칠하고 계셨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보니 아직, 가파른 아파트 벽을 칠하고 계셨다 하느님은 흰 구름을 타고 파란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일하시는 줄 알았는데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페인트칠을 다 마치고는 벌벌벌벌··· 떨면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새벽에 일하러 나가신 아버지였다 -전문(p. 136) -------------------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에서 * 유금옥/ 2004년 『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등단, 시집 『줄무늬 바지를 입은 하느님』,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

동시 2023.10.01

지퍼/ 곽예

지퍼 곽예 삼촌이 병원에 갔다 오더니 가슴에 지퍼를 달았어요. 의사가 심장을 어루만지고 지퍼를 잠근 게 틀림없어요. 할머니랑 엄마는 울다가 웃고 삼촌도 씨익 웃어요. 날마다 잘 잠겼나 보는 삼촌의 가슴 지퍼. -전문(p. 227) ------------------------- *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호 에서 * 곽예/ 2013년『한국시학』 신인상 당선, 시집『북간도』, 동시집『송정리 버스정류장』, 산문집『곽예의 사진일기』『곽예의 독서일기』

동시 2023.09.08

강경호_평론집『서양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 할머니 마중 : 박선영

할머니 마중 박선영 할머니 밭에 갔는데 우산도 없이 갔는데 지붕을 뚫을 듯 비가 와요 오빠와 나는 하느만 쳐다봐요 할머니 보고 싶어 우는 내게 토란잎 우산 쓰고 마중 가재요 다리에 흙탕물이 대롱대롱 개울 넘어 첨벙청벙 두 손 꼭 잡고 할머니 마중가요 -전문- ▣ 결핍 극복의 의지와 상상력의 힘/ 동심적 상상력의 발현과 휴머니즘(발췌)_강경호/ 문학평론가 작품의 배경은 시골이다. 할머니가 밭에 일하러 가셨는데 비가 내리자 시적 화자는 오빠와 함께 비 맞고 계실 할머니 생각을 한다. "지붕을 뚫을 듯 비가" 내리자 "오빠와 나는 하늘만 쳐다"본다.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우는데 오빠가 토란잎을 우산으로 삼아 할머니 마중 가자고 한다. 지붕을 뚫을 듯 내리는 비는 여름날 순식간에 쏟아지는 소나기였는가 보다...

동시 2023.08.30

동시) 애호박, 늙은 호박 외 1편/ 강나루

애호박, 늙은 호박 외 1편 강나루 참 우습지 호박더러 사람처럼 '애,' '늙은이'라고 하는 말 그 말도 맞겠다 내 동생처럼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애호박, 우리 할머니처럼 쭈글쭈글하기 때문에 늙은 호박 그래도 그 말 참 우습지. -전문(p. 60-61) -------------------------- 사라진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추운 바람 속에 밍크가 나타났어요 여우가 나타났어요 하얗게 내리는 눈 속에 반달곰이 나타났어요 족제비가 나타났어요 휘황찬란한 백화점에 소가 나타났어요 악어가 나타났어요 코트가 되고 잠바가 되고 지갑과 가방이 된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전문(p. 16) 표4> 강나루의 첫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작품들이 생태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오늘날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교환..

동시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