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위 외 1편 이관묵 바위 혼자 익는 저녁 옆에 바위로부터 슬며시 뺨을 얻어 등을 얻어 마음 개 놓고 고쳐 앉는다 바위의 일원으로 귀는 물소리에게 떼주고 눈은 구름에게 퍼주고 내가 바위로 익어 바위가 나로 익어 아무도 모르는 저녁이 왔다 -전문(p. 59) -------------- 서향집 외양간의 누런 소가 자신을 내일 읍내장에 판다는 사립문의 몸 비트는 소릴 듣고 밤새 잠 안 자고 뒤척이는 그런 집을 나는 살았다 새벽녘 오줌 누러 나왔다가 소 얼굴 쓰다듬어 주고, 한참이나 목을 꼬오옥 안아주던 그런 집을 나는 살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중절모 쓴 소 장수 손에 끌려가던 소가 되돌아 허공에 큰 울음 띄우던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