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3

송현지_웃자란 말들(발췌)/ 혼노코 : 임지은

혼노코     임지은    외로운 날에 부릅니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혼노코  혼노코   여긴 혼자 와도 모릅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당신은 한국어를 잘합니까?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하겠지만   한국어는 뜨거운 국물이 시원한 것만큼 이상합니다   여기 자리 있어요, 가  자리가 없다는 뜻도 있다는 뜻도 되니까요   그럼 여기 나 있어요, 는  내가 있기도 없기도 한 상태입니까?   그래서 왔습니다  혼노코  혼노코   자주 오면 단골이라 하던데  여긴 무인 상점이군요   혹시 CCTV를 돌려 보던 주인이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할까요?   그럴 리가요  천 오늘 처음인걸요   사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됩니다  혼노코는 혼자 노는 코인 노래방의 줄임말이거든..

확신의 구석 외 1편/ 이정희

확신의 구석 외 1편     이정희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다고 느낄 때  구석은 얼마나 웅크리기 좋은 곳인가  구석은 모든 난감의 안식  불가항력과 자포자기를 모색하기 좋은   벽을 마주 보고 앉는다는 말은  벽도 앞이 있다는 뜻이겠지  앞을 놓고 보면 깊은 뜻 하나  싹 틔우자는 뜻일 테고  귀를 틀어막고 등지고 앉으면 슬픔 가득한  밀리고 밀린 뒤끝이란 뜻이겠지   닭장 문을 열면 닭들이 구석으로 몰리는 것은  막다른 구석도 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한밤중 옥상에 나가면 흔들리는  이곳저곳에서 붉게 빛나는  저 퇴로를 자신하는 구석들   어둠이 숨겨놓은 문이 있다고 확신에 찬 구석들  흐릿한 별들의 바탕, 무표정한 하늘  너무 먼 그곳을 구석이라 여기지만  한밤에 구석을 찾지 못해 우는 ..

수심을 버티는 숨/ 이정희

수심을 버티는 숨      이정희    강물이 마른 후에 보았다  물속에 반쯤 잠긴 바위들은  그 반쯤의 무게로 제자리를 버틴다  줄다리기를 하는 양쪽 사람들  있는 힘껏 줄을 당기지만  발들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고정한다   버틴다, 몇 날을 버틴다  파도의 깨문 입술이 일그러지고  마지막 숨이 관통할 때까지 버틴다  제자리는 저마다의 중심이며  저쪽이 아닌 이쪽이라는 듯이   버티는 힘은 무엇을 넘기거나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견디는 것이다  미동도 없다는 말은 지극히 버티고 있다는 뜻    소용돌이 견딘 수심  아슬아슬 비켜 간 길목   얼마나 버틸지   거스를 수 없는 궤적이 덮쳐도 팽팽하게 조인다  꿈은 살아가는 것들의 숨   한순간도 포기를 포기한 적 없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