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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외 1편/ 박순원

친구 외 1편       박순원    국민학교 4학년 때 조용하고 조그맣고 깡마르고 빡빡머리에 꼬지지한 친구가 있었다 우리들끼리 몇 명 머리를 맞대고 조용조용 킥킥거리며 놀고 있는데 선생님이 싱긋 웃으면서 다가와 그 친구에게 아버지 뭐 하시냐고 친구는 그냥 웃기만 했다 농담처럼 묻던 선생님이 재차 묻고 정색을 하면서 물었는데도 웃기만 했다 소리를 지르면서 묻자 웃지도 않았다 나중에는 두드려 패면서 물었다 맞으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두드려 패다가 선생님의 분이 안 풀려 식식거리고 있는데 들릴각 말락 입술만 달싹달싹 똥구르마 끌어요      -전문(p. 13)     --------------     깅아지   내가 깅아지라고 하면 사람들은 언뜻 내가 'ㅏ'발음을 못 하는 줄 알았다가 가운데 '아..

랄/ 박순원

랄     박순원    발랄의 랄과 지랄의 랄이  서로 만나서 지랄의 랄이   반갑다 우리는 같은 랄이야   발랄의 랄이 발끈한다   랄이라고 다 같은 랄이 아냐  나는 剌이야 潑剌 분별 좀 해 분별  내 옆구리에 칼 안 보여?  조선 시대 같았으면 넌 죽었어   시대가 바뀌었어 네가 剌인 줄  누가 아냐? 다 랄이지 이제는  그냥 다 랄이야   네 눈엔 안 보이지만 내 속엔  아직 칼 들었어 조심해   다 녹슬어서 들지도 않는  칼 가지고 폼 잡지 마 너만 다쳐  그냥 발랄하게 살아   나는 누가 뭐래도 剌이야  당분간 발랄한 척하고 있지만  언젠가 칼을 쓸 날이 올 거야 그땐  네 관절 마디마디가 온전치  못할 거야 온전치  못할 거야 조심해   그래 그럼 나야 껍데기나 속이나  뒤집고 흔들어 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