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8 2

질경이꽃 외 2편/ 강문출

질경이꽃 외 2편      강문출    대학병원 심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그를 봤습니다 오랜만에 가까이 앉아서 봤습니다 어릴 적 신작로 길섶에서 본 달구지 바퀴에 짓밟히고 뭇사람들 발자국에 짓밟혀 상처투성이인 질경이 같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던 그를 길섶 안쪽으로 옮겨주고 싶었습니다만 내 힘이 모자라고 그의 삶이 벅차서 호미나 만지막만지작하다 말았습니다 내가 시들어 가던 질경이 잎사귀에 손을 대자 잠시 생기가 도는데 그 작은 떨림이 천상으로 오르려는 마지막 날갯짓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울음보다 더 슬픈 웃음을 지었습니다 난생처음 대엿새 쉬었다 가겠거니 하고 병원에 들렀다가 온몸이 망가진 줄도 모르고 대엿새 만에 떠날 줄도 모르고 메스가 제 몸을 헤집었는데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웃었습니다 푸르게 웃기 위..

거미백합/ 강문출

거미백합      강문출    처음 봤을 때 포켓몬의 식스테일이 떠올랐어요   여섯 개의 희고 긴 꽃잎에 혼이 나갔거든요   저 꽃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증거처럼요   벌 · 나비 윙윙대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여름날 뭉게구름을 탄 기분이었으니까요   꼬리가 여섯 자란 구미호를 생각했어요   자태가 이국적이라 속뜻을 모를 때가 가끔 있었고요   꽃은 해마다 새로 피지만 나는 늘 처음에 머물러 있어요   오랜 진행형은 활력도 되지만 갈수록 버거워요   꽃은 날마다 사랑을 생활하고 나는 늘 사랑을 공부해요       -전문-   해설> 한 문장: 이번 시집의 표제작 「거미백합」이 노래하는 사랑의 외곽선 또한 순수한 나신의 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미백합(Spider Lily)은 구미호를 모티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