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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할머니/ 윤석산(尹錫山)

AI 할머니     윤석산尹錫山    자손들 모두 대처로 나가  텅 빈 집에, 작은아들이 사다 준 대형 티브이  한 대  마루 한 칸 차지하고 놓여 있다.   참으로 세상 편하게도 되었지.  "진이야!" 부르면  "네" 대답을 하고  "티브이 켜" 하면  이내 "티브이를 켭니다." 대답이 끝나기도 무섭게   화면에는 활동사진이 전개된다.   세상 편한 것도 편한 것이지만,  하루 종일 소리라고는  개미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집.  그나마 사람소리라도 한번 들어보려고  할머니, 오늘도 조심스레  티브이에게 말 거량擧揚을 한다.  "진이야~!"    -전문(p. 187)   -----------------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일반 시' 에서/ 2022. 9. 28.  펴냄/ 비매품 ..

김현_불빛/ 간섭 : 안희연

간섭     안희연    돌을 태운다  사실은 돌 모양의 초   누가 나를 녹였지?  누가 나의 흐르는 모양을 관찰하고 있지?  돌이 나의 질문을 대신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돌은  자신이 초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무고하게 빛난다   돌이 녹는 모양을 본다  돌 아래 흰 종이를 받쳐두어서  흐르는 모양 잘 보인다   너는 시간을 이런 식으로 겪는구나  너는 네게 불붙인 손 사랑할 수 있니   창밖에는 갈대 우거져 있다  횃불 든 사람들 오고 있다   제 머리카락은 심지가 아니에요  발끝까지 알아서 태울 테니 불붙이지 마세요  흰 종이 위에 스스로 올라서서 하는 말   또 한 번의 밤이 지난다  아침이 오면 볼 수 있다   나를 사랑하려는  노력의 모양   굳은 모양을 보면  어떻게 슬퍼했는지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