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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강점기 외 1편/ 김영찬

고독 강점기 외 1편      김영찬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심각할 것까지 없고   허리 꺾어 8부 능선 더듬다가 문득 잉크 묻은 손톱 밑 내려다보니  나에게 고독 강점기라는 게  있기는 있었네   토리노에 대해서 알긴 뭘 알아 돌아서려다가  오른손 잠깐 뻗어  하복부 저점 사타구니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파베세에게 물어보지 못한 것들이 대퇴부 골짜기 홈 패인 곳마다  무덤을 쌓고 있었네   트리노에 대해서가 아니겠지 코나투스에 대해서 알긴 뭘 안다고  체자레 파베세의 옆얼굴 훔쳐보며 뒤적뒤적  가로등 꺼진 그 골목길    나에게도 분명 분명히 고독 강점기라는 게   옹이 박혀 있었네      -전문(p. 80-81)         ----------------    오늘밤은 리스본    하지만 오..

아낭케anatkh, 밤의 피크닉상자를 열고/ 김영찬

아낭케anatkh, 밤의 피크닉상자를 열고      김영찬    어떤 밤은 어떤 밤의 피크닉상자를 끼고 덜거덕 덜거덕 졸면서  산음승흥山陰乘興  산음에 흥겨워  스웨기swaggie 스웨거링swaggering  아흐렛날 흩어진 달빛 아래  흘러갈 뿐이다   이런 날  이티비티 티니위니 비터브 타임itty bitty teenie weenie bit of time  흥진이반興盡而反이면 뭘 어떻고   뜬금없는   스웩swag  스웨기swaggie   스웨거swagger들의 실력 없는 거들먹거림   밤을 모르는 부랑아들은 아무도 모르는 밤에 아무것도 모르지 단지   밤을 좋아해야 할 이유를 묵살하고  아, 아낭케ANATKH  밤에  밤의 블랙박스를 발로 걷어차며 삐뚤삐뚤 걷는다  걷다가 허풍쟁이와 만나면 밤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