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30 3

서울깍쟁이/ 윤석산(尹錫山)

서울깍쟁이     윤석산尹錫山    서울 사람은 깍쟁이  그래서 흔히 '서울깍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서울 사람들  무얼 좀 진지허게 설명헐라치면,  입술을 달싹이며, "그게 그래설라문에" 하며  말을 되씹으며 그저 길게 뽑기만 합니다.  특히나 어려운 일을 이야길 허려면  그놈의 "그래설라문에"가 입안에서 더더욱 씹히고 맙니다.   그래설라문에  서울 사람은, 서울 사람은  정말로 깍쟁이가 아니걸랑요.  갱상도 전라도 모두 한두 차례씩 세상을 뒤잡고 흔들 때  대통령도 한번 못 낸 서울, 서울 사람들  그래설라문에  겉 똑똑이 속 미련이 서울 사람은  정말로 깍쟁이도 못 된답니다.     -전문(p. 196)    -----------------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일반 시..

시집을 펼치며/ 윤석산(尹錫山)

시집을 펼치며      윤석산尹錫山    원로시인의 시집을 받았다.  서문을 펼치니  들려오는 시인의 말씀   "앞으로 시가 몇 편 나올지 모르지만, 그러나 시집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문단에 몸을 담은 지 회갑의 나이가 되었지만 회자되는 시 , 변변한 애송시 하나 없다. 허무하다는 말은 바로 이런 때 쓰는 것이리라."   원로시인의 부음이 전해졌다.   다시 시집의 서문을 펼쳐 보았다.  밤하늘 펼쳐진 은하수 그 수많은 별과 별들의  사이사이, 세상 향해  허리 꼿꼿이 세운 노인이 한 사람,  성큼 건너가고 있다.      -전문(p. 192)    -----------------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일반 시' 에서/ 2022. 9. 28.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

이은지_질의응답시(발췌)/ 사람의 딸 : 김복희

사람의 딸     김복희    나를 돕지 않을 신에게 기도한다  나를 여자라고 칭하면,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까   몸을 모아 가져가면  전부 오염된 증거이므로 무용하다고 한다  형사의 손에 들린 커피  바닥에 쏟아진 커피  형사에게 커피가 없었던 때에도  사람은 사람을 죽이고 시체는 썩는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피부로 머리칼로 느끼면  포기가 아니라 사랑을 알게 될까  예수나 부처의 제자 중에서도  이름 없는 말단의 말단의 말단의 제자 된 자라도  붙잡고  이 몸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고 싶다   형사는 일단 집에 가서 깨끗이 씻고 자고 먹으라고  한다 주량이 얼마나 되느냔 질문을 들었다  단위를 묻지 못해서 답하지 못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형사가 덧붙인다  나중에 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