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5 2

장대가 있다 외 1편/ 정선희

장대가 있다 외 1편     정선희    아파트 공터 옆   긴 장대가 누워 있다 저 기다란, 나와 안면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하늘 높이를 조절하던   균형을 잡아 하늘 한쪽을 받치면 마당이 기울어지는   장대의 저 자세는 우리 집 감나무에게서 배운 것   내 마음이 옆집 석류나무 쪽으로 기운 것을 알아서   볼록하게 홍시로 채우고 싶었던 그 아이 볼을 다 보아서   그때마다 엄마는   구름을 타고 앉은 내 머리채를 잡아당기곤 했지만   장대가 하늘을 치켜올리면 멍든 엄마도 없고   손이 밤도깨비 같은 아버지도 내 눈이 셋이래도 부족할 동생도 없고   그래, 인제 허공도 쉴 때가 되었지   뒷방 늙은이 같은 버려진 장대 끝   빈둥대는 추억을 손잡아 끈다    하늘이 텅 빈다       -전문(..

바리데기, 여전히 바리데기/ 정선희

바리데기, 여전히 바리데기      정선희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앉았다 파르르 손끝이 떨렸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다고 울먹였다 너는 할 만큼 했어 옆에 있어 드렸잖니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을 누군가 대신 해주었다   엄마는 누구의 엄마였나요 왜 나는 기억하지 않았나요 돈은 아들들한테 다 물어다 주고 병든 몸을 이끌고 찾아든 새, 어딜 보느라 엄마는 나를 볼 수 없었나요   나는 늘 맴돌았다 엄마의 포근한 소용돌이에 한 번이라도 젖어 들어 휘감기고 싶었다   괜히 나를 낳았다고 했다 실수도 어쩌다가도 아니고   정말 싫었던 괜히라는 말 어느 날 괜히 버려질 것 같은 아니 어느 날이 언제인지 몰라 괜히만 키웠던 눈치의 날들   엄마가 죽기 전에 꼭 물어봐야 한다  왜 나를 주워 온 아이 취급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