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가 있다 외 1편 정선희 아파트 공터 옆 긴 장대가 누워 있다 저 기다란, 나와 안면이 있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하늘 높이를 조절하던 균형을 잡아 하늘 한쪽을 받치면 마당이 기울어지는 장대의 저 자세는 우리 집 감나무에게서 배운 것 내 마음이 옆집 석류나무 쪽으로 기운 것을 알아서 볼록하게 홍시로 채우고 싶었던 그 아이 볼을 다 보아서 그때마다 엄마는 구름을 타고 앉은 내 머리채를 잡아당기곤 했지만 장대가 하늘을 치켜올리면 멍든 엄마도 없고 손이 밤도깨비 같은 아버지도 내 눈이 셋이래도 부족할 동생도 없고 그래, 인제 허공도 쉴 때가 되었지 뒷방 늙은이 같은 버려진 장대 끝 빈둥대는 추억을 손잡아 끈다 하늘이 텅 빈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