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詩)후기/ 김경수

검지 정숙자 2024. 10. 23. 00:57

 

    詩후기

 

    김경수

 

 

  어설픈 꽃이며 싱거운 눈물이며 뜨뜻미지근 사랑이었던 

  나의 시를 땅속에 묻어버릴까도 했다

  그날은 비가 내렸고 앞산에는 비안개마저 흐린 시야를

  더욱 어둡게 했으며

  서러운 알몸은, 흩뿌린 청강수 눈물에 점점이 녹아들고

  아픔이 왔다

  혼돈의 시대에 혼돈할 수 없음의 죄의 대가로

  살과 뼈를 녹이는 아픔은 황홀, 그것이었다

  양귀비 꽃대에 얼굴을 묻었다

  꿋꿋하게

  버림받은 살과 뼈가 용해되어 한 치의 공간도 차지할 수 없을 때,

  확인하라,

  땅속으로 스며든 내 살과 뼈가 최초의 자양분으로 버려진 씨앗을 싹 틔움을

 

  새롭게 부여된 공간을 거느리고 메아리진 상두꾼 요령 소리에 귀 기울임을

     -전문(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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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  가을(95)호 <신작시> 에서

 * 김경수/ 1980년 『해변문학』으로 詩作 활동, 시집『서툰 곡선』『황금달팽이의 모월모일』등 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