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3 2

김정현_순수한 분노의 잔여적 미래(발췌)/ 신의 미래▼ : 최백규

신의 미래▼      최백규    이제 네가 신이 되었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닥에 눕혀진 나를 내려다보며 전해주었다   나무로 되어 조용히 망가진 교실에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서럽게 울면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죽으면 다 끝이라고 반복했다   열린 창을 통해 온몸에 빛이 쏟아지고 손바닥으로 눈가를 쓸어내리듯 바람이 가벼웠다   신은 왜 나에게 신을 주었을까   바다에서 썩지 못하고 다시 밀려온 소년을 바닷가에서 수습하듯이   여름 내내 살의와 선한 마음들이 세계를 둘러싸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긴 싸움이 이어졌던 것이다   나의 몸 위로 수많은 꽃이 쌓이고   환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미래를 마주하고 온 것처럼  살가운 눈물로   더 이상 막아야 할 슬픔..

종일/ 권민경

종일     권민경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에 대해  생각하다 멈췄다   너는 지물포 집 사내아이  2학년 4반  맨 앞에 앉아 있고  피부가 검다   너를 더듬고  빚어보다  멈췄다   멈출 수밖에 없는  날씨들이 흘러간다 흘러   둑을 터뜨리고 마을을 집어삼킨다  똥물에서 헤엄쳐 피난 가거나  옥상에서 수건을 흔들 때  우리는 수재민이라 불린다   그거 어쩐지 사람 이름 같아  킬킬거리다 하늘이 밝아온다  뉴스 속보는 흘러가는데   영원히 아홉 살에 멈춰 있는   너의 죽음을 검색하면  고양군이 나온다  고양군은 고양군으로 멈춰져 있다  고양시가 나타나도 소용없는 일   야산은 어느 산의 이름일까  동명이인은 왜 이렇게 많을까  수재민의 아이들도  수재민  아이들이 구호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