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앞으로
정영효
더 많은 땅을 갖고 싶어서 나는 돌밭을 가꾸었다
버려진 땅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돌을 가려내고 계속 돌을 치우면서
돌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드러나도 새로움이 없는 것, 한쪽에 버려두면 그냥 무더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높게 쌓인 돌 앞에서 이웃들은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부르기 쉬운 이름을 붙여주며 하나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전보다 많은 땅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가려낼 돌을 찾지 못했다 쌓인 돌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으므로
땅이 줄 내일을 상상했다 작물을 심고 빛이 내리쬐는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이웃들은 여전히 돌 앞으로 모였는데 땅에서는 무엇도 자라지 않았는데 지금을 밀어내는 소식처럼
하나의 장소가 필요해서 나는 돌 앞에서 수확의 기쁨을 바라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돌을 구해오면서 돌을 더 높이 쌓으면서
-전문, 『현대시』 2024-8월호
* <이달의 시 현장 점검> 中 (p. 251-252)
- 좌담: 오은경 · 정재훈(사회) · 전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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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8월(416)호 <이달의 시 현장 점검/ 좌담> 중에서
* 정영효/ 시인,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계속 열리는 믿음』『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 오은경/ 시인, 2017년 『현대문학』로 등단
* 정재훈/ 문학평론가,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전호석/ 시인, 2019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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