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몬드 최형심 아몬드 나무 아래 아무도 없는데 아몬드꽃 사이로 아무도 모르는 이름을 놓아주네. 수도원과 오래된 무덤 사이를 연분홍 우산을 쓰고 걸어도 좋은 시절,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남았네. 본 적 없는 아몬드꽃을 닮은 케이크를 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이와 내가 모르는 유월의 오후를 지나 점점 단단해질 사람을 생각하네. 아몬드 나무 아래 아직 아몬드 없어, 지난밤 푸른 손톱에 내린 별들을 헤아리며 영원한 타인들의 연대기를 꿈꾸네. 그리움보다 긴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별 뜨는 은하로 흘러들고 싶은 내 곁에서 아몬드 나무의 눈부신 침묵이 피고 있는데······ (나무로 만든 마음과 고요는 서로에게 잘 어울리네.) 저물녘 어느 해변에서 나비목의 사람들과 멀로 추운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