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태관
그대가 내게 한아름의
사랑이란 이름에 꽃을 던져 주었을 때
난 들길을 걷고 있었네
그래, 짧지 않은 삶에
간장 고추장 이런 된장까지 다 버무려
한 끼의 식사
한 잔의 커피
하룻밤은 언제나 누추한
순간이란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만남은 허점투성이의 약속일뿐인데
꽃이 터져 오르는 순간
난 그대에게
눈길만 주었을 뿐이네
바람은 불어가더군
꽃은 지더군
지는 꽃들이 거름 된다는 걸
훗날, 알게 되었네
-전문(p. 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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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2월(410)호 <커버스토리_이태관 시인이 독자에게 읽어주는 시 3편> 中
* 이태관/ 1990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 199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저리도 붉은 기억』『사이에서 서성이다』『나라는 타자』『숲에 세 들어 살다』『어둠 속에서 라면을 끓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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