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순간/ 이태관

검지 정숙자 2024. 8. 1. 01:14

 

    순간

 

    이태관

 

 

  그대가 내게 한아름의

  사랑이란 이름에 꽃을 던져 주었을 때

  난 들길을 걷고 있었네

 

  그래, 짧지 않은 삶에

  간장 고추장 이런 된장까지 다 버무려

  한 끼의 식사

  한 잔의 커피

 

  하룻밤은 언제나 누추한

  순간이란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만남은 허점투성이의 약속일뿐인데

 

  꽃이 터져 오르는 순간

 

  난 그대에게

  눈길만 주었을 뿐이네

 

  바람은 불어가더군

  꽃은 지더군

 

  지는 꽃들이 거름 된다는 걸

  훗날, 알게 되었네

    -전문(p. 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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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4-2월(410)호 <커버스토리_이태관 시인이 독자에게 읽어주는 시 3편> 中

  * 이태관/ 1990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 199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저리도 붉은 기억』『사이에서 서성이다』『나라는 타자』『숲에 세 들어 살다』『어둠 속에서 라면을 끓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