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화환/ 석민재

검지 정숙자 2019. 10. 14. 01:59

 

 

    화환

 

    석민재

 

 

  얘야, 말이 많은 사람은 일이 적단다

  남의 말로 밥상머리를 어지럽게 하면 안 된다

 

  착한 사람이 좋다 해놓고

  너무 착해서 싫다 한

 

  엄마가 저기,

  목 빠지게 서 있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착한 사람이어서

  3단 화환처럼

 

  북돋아주고

  칭찬하고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시키는 일만 잘하면 돼

 

  되팔거나 재사용하지 않았다는 믿음직한 화환이

  사흘째 서 있다가

  중심을 잃었을 뿐인데

  화환이 왼쪽으로 넘어진다, 전부 다

 

  이 세상은 약한 쪽, 약한 쪽으로 싫은 일이 흘러가는 거야,

  라고

  엄마가 꼭 말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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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9-10월호 <詩 # 1>에서

  * 석민재/ 2017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엄마는 또 나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