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스티로폼
임경묵
붐바람은 불고
벚꽃은 흩날리고
스티로폼 조각은 골목을 굴러간다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스티로폼 조각을 툭 치고
골목 속으로 사라진다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한 귀퉁이가
골목을 굴러간다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조각도
핑그르르 돌다가
골목을 굴러간다
피자 배달을 마치고 골목을 나오던 오토바이가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조각을
다시 정면으로 밟고 지나간다
스티로폼이 파삭 부서진다
그 속에서
스티로폼 흰 알갱이들이 무수히 태어난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오토바이 뒤를
좋다고 따라가는
스티로폼 흰 알갱이들……
봄바람은 불고
벚꽃은 흩날리고
스티로폼 흰 알갱이들이
일제히 과속방지턱을 통통통 뛰어넘어
골목 밖으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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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2019-10월호 <詩 # 2>에서
* 임경묵/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체 게바라 치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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