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꽃피는 스티로폼/ 임경묵

검지 정숙자 2019. 10. 14. 02:22

 

    꽃피는 스티로폼

 

    임경묵

 

 

  붐바람은 불고

  벚꽃은 흩날리고

  스티로폼 조각은 골목을 굴러간다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스티로폼 조각을 툭 치고

  골목 속으로 사라진다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한 귀퉁이가

  골목을 굴러간다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조각도

  핑그르르 돌다가

  골목을 굴러간다

 

  피자 배달을 마치고 골목을 나오던 오토바이가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스티로폼 조각을

  다시 정면으로 밟고 지나간다

  스티로폼이 파삭 부서진다

  그 속에서

  스티로폼 흰 알갱이들이 무수히 태어난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오토바이 뒤를

  좋다고 따라가는

  스티로폼 흰 알갱이들……

  봄바람은 불고

  벚꽃은 흩날리고

  스티로폼 흰 알갱이들이

  일제히 과속방지턱을 통통통 뛰어넘어

  골목 밖으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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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9-10월호 <詩 # 2>에서

  * 임경묵/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체 게바라 치킨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