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밥이 끓는 동안/ 백무산

검지 정숙자 2019. 10. 11. 23:35

 

    밥이 끓는 동안

 

     백무산

 

 

  밥이 끓는다 현재는 끓는 밥이다

  배부르지 않다 맛볼 수도 없다

  뚜껑을 열어볼 수도 없다

 

  현자들은 현재만을 살라고 하지만

  현재를 살아볼 도리가 없다

  지금은 끓고 있늘 뿐이다

 

  끓고 있는 지금 내가 먹은 것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의 허공이다

 

  현재는 허기다 주린 배로 사냥에 나선

  피에 젖은 발톱이다

  둥지로 돌아가지 못한 부러진 날개다

 

  지금을 먹을 수 없다 죽을 지경이다

  현재는 끓고 있는 창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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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9-9월호 <신작특집> 에서

  * 백무산/ 1984년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