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김혜천
사막이라 써놓고
소용돌이에 갇힌 밤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전진
모든 소리는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전진은 고요 속에 잠들었다
감각이 무질서하게 살아나는 광막한 곳에서는
침묵도 타자로 드러난다
침묵이 죽은 자의 처소처럼 군림하는 곳
영적 해석을 부추기는 조밀한 공간
와불처럼 누워 있는 은둔자들의 부드러운 곡선
거기서, 사물 속으로 투신한 일종의 평정을 만난다
무수한 별들이 수직으로 쏟아져
고요를 깨우는 깊은 밤
침묵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몽상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공기 같은 투명함으로
모래 알갱이들의 작은 소리가 미지의 문을 연다
사막은 온몸으로
무질서한 모래바람 속의 침묵을 견뎌낸 자의 것
물 냄새를 찾아
등고선을 키우며 걸어가는
낙타들의 행렬이 길다
부수수 흘리는 그림자를 따라가면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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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2019-가을호 <신작시> 에서
* 김혜천/ 2015년 『시문학』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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