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마 섬 탄광 벽에 쓰여진 배고픈 글씨
김승희
하시마 섬
섬 전체가 탄광인 일명 지옥 섬
갱도는 해저 1000m
탄광의 벽에
쓰여진 한글 글씨
어머니 보고 싶어
배가 고파요
고향에 가고 싶다
15세, 16세의 조선인 어린 소년들이
하시마 섬 탄광으로 끌겨가
강제노역을 했던 무인도,
이 중 많은 소년들이 영양실조와 학대로 숨졌고
시신은 갱도에 매장되거나 바다에 내던져졌다고
역사는 전한다
세계 유네스코 위원회는 이 조선 소년들의
배고픈 글씨를 기리기 위해
이 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나님
곡식제물을 바치시려거든 고운 가루로 바치라고 하셨지요
이 곡식제물은 고운 가루가 되도록
역사의 맷돌에 짓이겨졌습니다
이 소년들의 배고픈 글씨를 기억해 주소서
맷돌 손잡이를 잡은 이들을 기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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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9-9월호 <신작특집> 에서
* 김승희/ 1973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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