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시마 섬 탄광 벽에 쓰여진 배고픈 글씨/ 김승희

검지 정숙자 2019. 10. 11. 23:45

 

   하시마 섬 탄광 벽에 쓰여진 배고픈 글씨

 

    김승희

 

 

  하시마 섬

  섬 전체가 탄광인 일명 지옥 섬

  갱도는 해저 1000m

  탄광의 벽에

  쓰여진 한글 글씨

 

  어머니 보고 싶어

  배가 고파요

  고향에 가고 싶다

 

  15세, 16세의 조선인 어린 소년들이

  하시마 섬 탄광으로 끌겨가

  강제노역을 했던 무인도,

  이 중 많은 소년들이 영양실조와 학대로 숨졌고

  시신은 갱도에 매장되거나 바다에 내던져졌다고

  역사는 전한다

 

  세계 유네스코 위원회는 이 조선 소년들의

  배고픈 글씨를 기리기 위해

  이 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나님

  곡식제물을 바치시려거든 고운 가루로 바치라고 하셨지요

  이 곡식제물은 고운 가루가 되도록

  역사의 맷돌에 짓이겨졌습니다

  이 소년들의 배고픈 글씨를 기억해 주소서

  맷돌 손잡이를 잡은 이들을 기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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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9-9월호 <신작특집> 에서

  * 김승희/ 1973년 《경향신문》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