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하라/ 김혜천

검지 정숙자 2019. 10. 13. 15:54

 

 

    사하라

 

    김혜천

 

 

  사막이라 써놓고

  소용돌이에 갇힌 밤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전진

  모든 소리는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전진은 고요 속에 잠들었다

 

  감각이 무질서하게 살아나는 광막한 곳에서는

  침묵도 타자로 드러난다

 

  침묵이 죽은 자의 처소처럼 군림하는 곳

  영적 해석을 부추기는 조밀한 공간

  와불처럼 누워 있는 은둔자들의 부드러운 곡선

  거기서, 사물 속으로 투신한 일종의 평정을 만난다

 

  무수한 별들이 수직으로 쏟아져

  고요를 깨우는 깊은 밤

 

  침묵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몽상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공기 같은 투명함으로

  모래 알갱이들의 작은 소리가 미지의 문을 연다

 

  사막은 온몸으로

  무질서한 모래바람 속의 침묵을 견뎌낸 자의 것

 

  물 냄새를 찾아

  등고선을 키우며 걸어가는

  낙타들의 행렬이 길다

  부수수 흘리는 그림자를 따라가면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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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2019-가을호 <신작시> 에서

  * 김혜천/ 2015년 『시문학』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