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표정에게
이종민
아이가 넘어지면 보도블록이 당황한 배열이다
구름이 허리를 낮춰
괜찮아
라고 말하듯이
모여들고
식물이 조금씩 자란다
밝고 높은 곳으로
걸음이 자꾸만 가라고 해서
결국 여름이다
손바닥을 털면 쉽게 흩어지는 흙먼지
햇빛이 비추는 곳에서 부유하는 가능성
하늘이 언제나 앙팔 벌려 환영이다
눈이 부셔 미래를 쫓아갈 수 없다
왼발을 계단에 올려놓으면 오른발이 길을 알았다
여름 안에서 여름이 미쳤고
여름 밖에서 더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싫어도 한 뼘씩 자란다
지구가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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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9-9월호 <신작특집> 에서
* 이종민/ 201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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