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떠나는 자들의 아침식탁/ 김영찬

검지 정숙자 2023. 8. 11. 01:47

 

    떠나는 자들의 아침식탁

 

    김영찬

 

 

  점 하나와 빈 접시가 있다

  나는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접시는 항구다

  떠나는 자들은 몸을 작게 웅크려 섬을 만든다

 

  섬은, 대양의 한복판에 솟아올라 항해에 지친 비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접시에 비가 내린다

  대양과 구름 사이를 헤엄쳐 다니며 근육 단단해지는 섬

 

  꼬리지느러미가 길다

 

  수평선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며 접시에 번지는 하루

  태양은 정위치에서

  그날의 점을 콕 찍어 삼킨다

    -전문(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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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초대시>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김영찬/  2002년『문학마당』에서 문단활동 재개, 시집『불멸을 힐끗 쳐다보다』『투투섬에 안 간 이유』등, 웹진『시인광장』주간 역임,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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