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모성적 바다/ 신달자

검지 정숙자 2023. 8. 11. 01:01

 

    모성적 바다

 

    신달자

 

 

  나는 바다였다

 

  그 시절 바다는 나의 모든 마음을 털어 놓는 고민 상담자

  산에서 바다로

  거창에서 부산으로

  홀로 떠난 여고생 외로움의 친구는 바다였다

  부산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했었다, "바다시 바다동"

  학교 운동장 앞은 바다였다 바다를 보고 바다를 먹고 바다를 마시며

  나는 바다가 되어갔다

  서울의 도시에서도 청춘을 살면서도 나는 바다였다

  인생이 바다라는 것도 사랑이 바다라는 것도 여자가 바다라는 것도

 

  오늘은 파도가 아카시아 꽃을 무더기로 피워 낸다

 

  밥을 먹은 게 아니라 바다를 먹으며 살았다

 

  바다 속에는 태양이 산다

    -전문(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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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초대시>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신달자/ 1964년『여상』으로 등단, 1972년『현대문학』추천, 시집『살 흐르다』『오래 말하는 사이』『열애』『종이』등,  <정지용문학상> <석정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평택대학교 국문과 교수 역임, 예술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