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소록도 · 눈물/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23. 8. 11. 01:15

 

    소록도 · 눈물

 

    문효치

 

 

  이 섬이 왜 아름다운가를 알았네

  바다에 떠 있는 신의 눈물

 

  그 투명한 눈물 속에서

  아열대 나무는 자라고

  제비 날고, 떨어져 죽고

 

  커다란 눈물이 왜 아름다운가를 알았네

  견고하게 굳어 버린 금강석 덩어리

 

  그 보석에 박힌 

  문둥이의 슬픔은 반짝거리고

  그리움 날고, 떨어져 죽고

 

  슬픔이 오래가 이끼가 돋고

  아픔도 오래 가 곰삭아 버리면

 

  그냥 멍한 아름다움이 된다는 걸

  그냥 멍한

 

  그래

  힘으로 뻗어

  빚어내고 있는 사랑

 

  내 몸속에 넘쳐 들어와

  어둠 속에 누워 있던

  빛 하나

  일으켜 광채 나게 닦고 있구나

    -전문(p.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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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초대시>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문효치/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 &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계백의 칼』『어이할까』『바위 가라사대』등,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석정문학상> 등 수상, 미네르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