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섬개론
이서란
기적은 파도를 타고 휘어진 줄무늬로 온다
물때가 바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길은 열리고
한 잔 술에 장구를 매고
춤을 추는 하얀 입술의 파도
무녀도~리 도리도리
누가 파도의 날개를 꺾어 저리 매어 놓았나
절규를 불러 세운다
날카로운 상처가 파도에 깎여 나간다
아픈 이름을 공명의 소리로 뱉어내고
휘어진 수평선을 끌어당긴다
내일이면 또다시 사라지고 말
뭍까지 차올라 헐떡이는 파도
오늘은 파도를 담아서 팔아볼까?
그래, 유람선 한 척 띄워줄게
솔아가는 상처를 매달고 속울음을 삼키는 곳
울음도 삼키면 발효가 된다
휜 파도 휘몰아치면 조용한 얼굴 하나
길어올리는
-전문(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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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이서란(본명: 이효순)/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별숲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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