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 눈물
문효치
이 섬이 왜 아름다운가를 알았네
바다에 떠 있는 신의 눈물
그 투명한 눈물 속에서
아열대 나무는 자라고
제비 날고, 떨어져 죽고
커다란 눈물이 왜 아름다운가를 알았네
견고하게 굳어 버린 금강석 덩어리
그 보석에 박힌
문둥이의 슬픔은 반짝거리고
그리움 날고, 떨어져 죽고
슬픔이 오래가 이끼가 돋고
아픔도 오래 가 곰삭아 버리면
그냥 멍한 아름다움이 된다는 걸
그냥 멍한
그래
힘으로 뻗어
빚어내고 있는 사랑
내 몸속에 넘쳐 들어와
어둠 속에 누워 있던
빛 하나
일으켜 광채 나게 닦고 있구나
-전문(p.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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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초대시>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문효치/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 &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계백의 칼』『어이할까』『바위 가라사대』등,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석정문학상> 등 수상, 미네르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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