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쥐똥섬개론/ 이서란

검지 정숙자 2023. 8. 12. 02:35

 

    쥐똥섬개론

 

    이서란

 

 

  기적은 파도를 타고 휘어진 줄무늬로 온다

 

  물때가 바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길은 열리고

  한 잔 술에 장구를 매고

  춤을 추는 하얀 입술의 파도

 

  무녀도~리 도리도리

  누가 파도의 날개를 꺾어 저리 매어 놓았나

 

  절규를 불러 세운다

  날카로운 상처가 파도에 깎여 나간다

  아픈 이름을 공명의 소리로 뱉어내고

  휘어진 수평선을 끌어당긴다

 

  내일이면 또다시 사라지고 말

  뭍까지 차올라 헐떡이는 파도

  오늘은 파도를 담아서 팔아볼까?

  그래, 유람선 한 척 띄워줄게

 

  솔아가는 상처를 매달고 속울음을 삼키는 곳

  울음도 삼키면 발효가 된다

 

  휜 파도 휘몰아치면 조용한 얼굴 하나

  길어올리는

    -전문(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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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이서란(본명: 이효순)/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별숲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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