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37
정숙자
잠 깬 나비가 언덕 위로 날아갑니다. 거미줄마다 이슬이 빛납니다. 바다는 새로운 오선지를 펼쳤습니다. 따로 예술이 필요치 아니합니다. 종이와 펜을 내려놓습니다. 저 또한 스스러울 것 하나 없는 바람이 됩니다. 오랜 소원 이루는 찬란ᄒᆞᆷ이여, 순수는 저의 궁극의 이상입니다. (1990. 9. 8.)
이 삼경 어찌해야 전해질까요?
벼루가 닳아진들 글이 될까요?
붓끝에 뭘 먹이면 꽃이 될까요?
밤은 자꾸자꾸 동으로 흘러
창문에 푸른 물 비쳐드는데
어떻게 갚아야 갚아질까요?
죽어서 갚아도 갚아질까요?
이 침묵 어찌해야 뜻이 될까요?
- 전문(p. 28)
* 블로그 註: 군산시인포럼 제2집 <초대시>에서 위 시의 1연이 누락되었기에,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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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초대시>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뿌리 깊은 달』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동국문학상> <질마재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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