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안녕, 고슴도치/ 강수아

검지 정숙자 2023. 1. 7. 01:43

 

    안녕, 고슴도치

 

    강수아

 

 

  슬픈 사람은 고슴도치

  가시덤불 길에 서 있다

  나는 사라져 가고

  슬픔이 먼저 보인다

 

  보이지 않는 뒷모습

  내가 이르지 못할 슬픔이여  

  문 밖으로 밀어내고 밀어낸, 그가 머뭇거리고 있다

  손때 묻은 그의 귀퉁이가 닳아간다

 

  자꾸만 깎여 나가는 비누 조각처럼

  슬픔은 방울방울 거품을 달고 떠내려간다

  이따금 떠밀리듯 도착한 강가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철새가 주저앉아 있다

  둥지를 튼 고슴도치

  그렇게 밤은 왔다

 

  안녕 고슴도치

    -전문(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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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1집 『포엠 21』에서/ 2022. 12. 5. <미네르바> 펴냄  

  * 강수아/ 2022년 『미네르바』 추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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