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호미
고영섭
삼십 도 사십 도쯤 휘어져 버린
호미를 닮은 어머니의 손가락
일찍 떠난 남편 대신 아들 대신해
호미를 닮아 가는 어머니 허리
한 점 혈육 막내 향한 자식바라기
텅 빈 허공 휑한 주변 일로 채우며
손이 되고 발이 되는 어미의 몸체
봄바람 갈라 여는 고랑과 이랑
아으, 나쁜 것들 모두 솎아 버리고
좋은 것들 깊이 심는 어머니의 손.
-전문(p.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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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5집『가요 중의 가요』에서/ 2022. 12. 10. <문예바다> 펴냄
* 고영섭/ 경북 상주 출생, 1989년『시혁명』 & 1995년『시천지』로 작품 활동 시작, 1998~1999년 월간『문학과 창작』추천 완료, 2016년『시와세계』로 문학평론 부문 등단, 시집『몸이라는 화두』『흐르는 물의 선정』『황금똥에 대한 삼매』『바람과 달빛 아래 흘러간 시』『사랑의 지도』, 평론집『한 젊은 문학자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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