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봄날의 호미/ 고영섭

검지 정숙자 2023. 1. 4. 00:36

 

    봄날의 호미

 

    고영섭

 

 

  삼십 도 사십 도쯤 휘어져 버린

  

  호미를 닮은 어머니의 손가락

 

  일찍 떠난 남편 대신 아들 대신해

 

  호미를 닮아 가는 어머니 허리

 

  한 점 혈육 막내 향한 자식바라기

 

  텅 빈 허공 휑한 주변 일로 채우며

 

  손이 되고 발이 되는 어미의 몸체

 

  봄바람 갈라 여는 고랑과 이랑

 

  아으, 나쁜 것들 모두 솎아 버리고

 

  좋은 것들 깊이 심는 어머니의 손.

    -전문(p.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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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5집『가요 중의 가요』에서/ 2022. 12. 10. <문예바다> 펴냄

 * 고영섭/ 경북 상주 출생, 1989년『시혁명』 & 1995년『시천지』로 작품 활동 시작, 1998~1999년 월간『문학과 창작』추천 완료, 2016년『시와세계』로 문학평론 부문 등단, 시집『몸이라는 화두』『흐르는 물의 선정』『황금똥에 대한 삼매』『바람과 달빛 아래 흘러간 시』『사랑의 지도』, 평론집『한 젊은 문학자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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