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가파도/ 김충래

검지 정숙자 2023. 1. 10. 01:48

 

    가파도

 

    김충래

 

 

  제 살의 아픔을 곱게 빚은 참돔회

  붉은 밤이 새겨진 채 가지런하다

  내연의 상처는 묻어 두고

  살점에 겨자를 찍어

  맑은 이슬을 말없이 주고받는다

 

  그녀는 애월에서 가파도를 바라보며

  창부타령을 뽑고

  추임새를 넣는 갈매기 가락

  파도에 솟아오르다 미끄러진다

  애달프고 찬란하다

 

  죽을 자리를 찾아 나선 그녀

  아직은 아니라며 산방산 허리는

  먹구름에 둘러싸여 울먹인다

 

  물가에 달빛은 녹아내리는데

  곁에 없는 네가 길을 막는다

  유리창 덜컹거리는 빈방

  어둠을 갈아먹으며

  짐승처럼 울고 싶은 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

  어리석어 감지 못했던 징조에

  타오르는 눈물

 

  갚아도 갚아도 못다 한

  뜨거웠던 지난 날

  서늘하게

 

  쌓이고 쌓인 참회

    -전문(p. 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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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1집 『포엠 21』에서/ 2022. 12. 5.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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