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며 외 1편
김현지
도끼 하나로 지은 집, 못 자국 하나 없이
단아한 짜임새 어디에도 틈 없이
겹처마 단층 팔작지붕 대패로 밀고 끌로 파서
나무와 나무끼리 단단히 여며진 한 몸,
그 몸속 지나며 생각한다
내 몸 어디 한 곳, 바늘 한 땀 뜨지 않고
하나로 지어내신 그분, 누구시던가,
이른 봄, 저 부신 햇살 안고 내게로 오는 것들
오, 내게로 와서 네가 되고 내게로 오는 것들,
不二, 不 二···
-전문(p.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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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삿갓을 내리시지요
그대 아직도 삿갓으로 떠돌고 있나요,
저 깊은 계곡 외딴 기슭 층층 숲속에서
깃도 눈물도 감추고 우는 두견이처럼
부끄러워, 햇살 부끄러워 아직 거기 숨어 있나요
스스로 가둔 무형의 감옥, 녹슨 빗장 열고 나와
푸르른 창공 마음껏 바라본다면, 하늘 우러러
나는 아무 죄 없소, 하고 소리치면 누가 돌, 던지리이까
너무 맑아 무죄인 그대, 이제 그만 삿갓을 내리시지요
-전문(p.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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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5집『가요 중의 가요』에서/ 2022. 12. 10. <문예바다> 펴냄
* 김현지/ 경남 창원 출생,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집『연어일기』『포아풀을 위하여』『풀섶에 서면 내가 더 잘 보인다』『은빛 눈새』『그늘 한 평』『꿈꾸는 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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