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폐업정리/ 주경림

검지 정숙자 2022. 7. 29. 01:41

 

    폐업정리

 

    주경림

 

 

  버스 정류장 앞, 옷가게 유리창에

  '폐업정리'

  크게 써 붙였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마네킹의 세련되고 아슬아슬한 옷맵시를 바라보며

  눈요기하기가 즐거웠는데

 

  옷가지가 다 팔려 휑한데도 문 닫지 않았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았더니

  '폐업정리' 밑에 잔글씨가 보인다

  '마네킹도 팝니다'

  들여다보는 내 얼굴이 겹쳐 비쳤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슬퍼졌다

  마치 내 영혼을 헐값에 내놓은 것 같아

     -전문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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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유 제2집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에서/ 2022. 5. 9. <지혜> 펴냄

   * 주경림/ 서울 출생, 1992년『자유문학』 시 당선, 시집『풀꽃우주』뻐꾸기창』외 2권, 시선집『무너짐 혹은 어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