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나무의 노래
이보숙
사랑스런 친구가 보낸 선물입니다
그 나무는 늘 푸른 나무, 늘 초록빛 옷을 입고 살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둥번개가 쳐도
놀라지 않고 잘 버티고 있지요
유월이면 노르스름한 꽃도 피고
갈색 열매도 맺어 후손을 퍼뜨리지요
그 나무는 우로도 뻗지 않고 좌로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이 높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지요
지나치게 자라나서 신神을 넘보는 짓도 안 하지요
그 나무는 후손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지요
화려한 옷이나 금은보화를 탐내지 말라했지요
내 친구가 보낸 신비神祕의 노래는
수수하고 영원한 곡조의 아름다운 시詩였습니다
-전문(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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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 제2집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에서/ 2022. 5. 9. <지혜> 펴냄
* 이보숙/ 서울 출생, 1992년 시집『새들이 사는 세상』으로 시단에 나옴, 시집『훈데르트 바서의 물방울』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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