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가문비나무의 노래/ 이보숙

검지 정숙자 2022. 7. 25. 02:23

 

    가문비나무의 노래

 

    이보숙

 

 

  사랑스런 친구가 보낸 선물입니다

 

  그 나무는 늘 푸른 나무, 늘 초록빛 옷을 입고 살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둥번개가 쳐도

  놀라지 않고 잘 버티고 있지요

  유월이면 노르스름한 꽃도 피고

  갈색 열매도 맺어 후손을 퍼뜨리지요

 

  그 나무는 우로도 뻗지 않고 좌로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이 높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지요

  지나치게 자라나서 신을 넘보는 짓도 안 하지요

  그 나무는 후손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지요

  화려한 옷이나 금은보화를 탐내지 말라했지요

 

  내 친구가 보낸 신비神祕의 노래는

  수수하고 영원한 곡조의 아름다운 시였습니다

     -전문(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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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유 제2집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에서/ 2022. 5. 9. <지혜> 펴냄

  * 이보숙/ 서울 출생, 1992년 시집『새들이 사는 세상』으로 시단에 나옴, 시집『훈데르트 바서의  물방울』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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