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5 이별의 부호 박호은 저 산 너머가 얼마나 좋으면 곱게 단장한 꽃노을 바람난 여자마냥 바삐도 넘어 가는가 내 엄마도 벽제 어느 산을 오르더니 소식이 없다 그 산 너머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초가을 오후 문득 찾아간 엄마의 뜨락 산국화, 쑥부쟁이, 구절초꽃들과 흐드러져 가을 햇살 등에 업고 반짝이고 있더라 그 은밀한 사생활을 목격하는 순간 유년의 저녁으로 소환되던 건조한 눈물 같이 놀던 친구들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골목길은 붉은 그늘에 지워졌다 속울음 덮고 누운 밤 마음에서 보내지 못한 엄마의 팔을 감고 새우처럼 잠이 들곤 했다 살아 있는 자가 갑이어서 반짝이는 풀꽃들을 모조리 뽑아버리는 효孝 뿌리에 묻어 나오는 익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