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유리벽 외 1편
김양아
가을비 내리는 오후
카페 유리문 곁에 종이비행기처럼
작은 새 한 마리 떨어져 있다
건물 통유리 창에 가로 세로로
쭉 찍혀 있는 하얀 점 혹은 무늬의
그 멈춤 신호를 놓쳐버린 그들의 깃털들
수많은 방음벽이나 커다란 유리창 아래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경계 없는 그들의 길을 가로막는 건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벽
어쩌면 비를 피해 날아가던
이 한 줌 온기도 투명한 유리벽이
시간의 끝이었다
채 접히지 못한 날개
하염없이 젖는 채로
-전문(p.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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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하다
포르투갈에는
창문하다janelar라는 단어가 있다
그래서일까 페소아의 『불안의 서』에는
창문턱에서 따로 하는 일 없이 물끄러미
밖을 쳐다보는 '창문하다'가 많았나 보다
유모차, 강아지, 산책, 잰걸음,
지팡이에 기댄 혹은 다양한 걸음들
날개보다 부리가 바쁜 거리의 새들
바람결 따라 리듬 따라 춤추는 나뭇잎들
창은 자신을 통과해 들어오는 풍경을 입고
무심한 눈동자는 그걸 덧입는다
시계의 보폭에서 빠져나온 순간
유리창 너머의 시간은 낯설게 흘러가고
숨 가쁜 호흡에서 벗어나 우두커니
세상 바깥에 앉아 창문하기를 한다
-전문(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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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세상 바깥에 앉아 창문하기』 2024. 9. 27. <북인> 펴냄
* 김양아/ 2014년『유심』으로 등단, 시집『뒷북을 쳤다』, 정독도서관 <사유의 풍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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