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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뛰는 인형 외 1편/ 정여운

심장 뛰는 인형 외 1편      정여운    해질녘 그네에서 깨어났죠 저녁돌이 내게 사랑을 넣었나 봐요 가슴께에 빛바랜 얼룩이 선명했죠. 나는 오늘부터 사랑을 하기로 했죠 가끔 모래바람이 불어도 숨바꼭질처럼 꼼짝하지 않았어요 밤이 되면 바다는 동화를 들려주었어요 푸른 요정을 만난 인형은 사람이 된다고요 나는 꿈을 가졌어요 진짜가 되고 싶었어요   누군가 나를 잠깐 들었다가 내려놓았어요 사랑을 가득 받고 싶었어요 거슬리는 실밥을 없애면 너를 좋아할 거야 바람에게 실끝을 주었어요 왼쪽 팔이 풀려서 약간 덜컹거려요 나는 버림받은 걸까요 아무도 없는 백사장에서 수평선을 잡고 매달렸어요 요정을 만나면 정말 사람이 될 수 있나요? 너는 재활용 수거함에 가야 할 거야 진짜가 아니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꼭 진짜가 될게..

낙상 시(詩)/ 정여운

낙상 詩       정여운    새벽 두 시, 비몽사몽간에   쿵!   하현달이 창틀로 낙상했다   신음처럼 달빛은 책상을 싸안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이다   아픈 구름이 능선에서   엉. 거. 주. 춤. 한다   40킬로미터의 직유가 시작되고 있다   삭정이 같은 불면 속에서   그림자가 화드득 자라난다   내게로 내려앉은 어머니의 뼈 두 마디   비틀려진 詩가 아련히 들려온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롤랑 바르트R. Barthes는 "그의 고통이 내 밖에서 이루어지는 한, 그것은 나를 취소하는 거아 다름없다."(「사랑의 단상」)고 하였다. 바르트는 이 전언이 나오는 장의 제목을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라고 붙였다. 타자의 이름에 대한 공감 혹은 통감은 모든 사상과 예술의 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