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뛰는 인형 외 1편 정여운 해질녘 그네에서 깨어났죠 저녁돌이 내게 사랑을 넣었나 봐요 가슴께에 빛바랜 얼룩이 선명했죠. 나는 오늘부터 사랑을 하기로 했죠 가끔 모래바람이 불어도 숨바꼭질처럼 꼼짝하지 않았어요 밤이 되면 바다는 동화를 들려주었어요 푸른 요정을 만난 인형은 사람이 된다고요 나는 꿈을 가졌어요 진짜가 되고 싶었어요 누군가 나를 잠깐 들었다가 내려놓았어요 사랑을 가득 받고 싶었어요 거슬리는 실밥을 없애면 너를 좋아할 거야 바람에게 실끝을 주었어요 왼쪽 팔이 풀려서 약간 덜컹거려요 나는 버림받은 걸까요 아무도 없는 백사장에서 수평선을 잡고 매달렸어요 요정을 만나면 정말 사람이 될 수 있나요? 너는 재활용 수거함에 가야 할 거야 진짜가 아니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꼭 진짜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