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凶으로 지울 수 있는 모든 것 비트 1 신동옥 여자 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 털이 무성한 목덜미를 가진 사냥감을 쫓는 강아지 엄마가 손 갈퀴로 파낸 들판을 말없이 질주하던 물소 떼 야전침상 아래서 아빠의 작전 수첩을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 언덕 너머 바다에서 나온 말 없는 물고기 어딘가로 끝없이 뻗은 오솔길이 숨긴 깊고 아득한 참호들 숲에서 깃을 치며 나오는 발 없는 새떼······ 한때 우리는 같은 상처의 다른 흉터를 응시했다. 출구가 없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주저앉고는 빠져나올 길을 영영 잃어버려서 거기다 집을 짓고 산다, 파국이라는 비밀 아지트 속에서 접선할 방법을 영영 잊어버려서 흉터는 신비한 담장이 되어 비트를 구획했다. 우리는 꼭꼭 숨어서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