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자 창문 안쪽에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권현형 내가 기른 비, 내가 기른 햇볕 달콤한 야생 열매가 잔뜩 들어 있길 바란다 격자 창문 안쪽에는 죽은 액자나 말린 꽃에 대한 에칭보다는 한 그루 나무가 서 있길 바란다 단것이 필요한 날에는 햇볕을 따라 걷는 게 좋다 올리브나무를 화분에 기르고 있는 마카롱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게 유일한 행복인 날도 있다 올리브나무와 마카롱 가게가 앱 지도에 좌표로 있다면 잠시 행복 비슷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마카롱 가게의 낡은 소파를 흰 옥양목 천으로 덮어씌운 순간 흰색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흰색 천 커버는 낡은 삶을 뒤집어씌울 때도 있고 죽음을 덮어씌울 때도 있다 행복을 망상하며 햇볕을 따라 걸어 본다 막다른 구석, 막다른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