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곡장 휘민 아이와 저녁을 먹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건 짐승 같은 울음소리뿐 십 분이 넘도록 그치지 않는다 슬리퍼를 끌고 급하게 차를 몰아가지만 나를 번번이 멈추게 하는 붉은빛의 질문들 언니가 울고 있다 집을 등진 채 길 위에서 봄과 함께 사라진 한 사람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주변의 소음을 빨아들이고 있다 어떤 저녁의 울음은 매미 소리보다 뜨겁다 -전문(p. 39) -------------- * 『문학 철학 사학』에서/ 2024-여름(77)호 에서 * 휘민/ 2001년 ⟪경향신문⟫ 시 & 2011년 ⟪한국일보⟫ 동화로 등단, 시집『생일 꽃바구니』『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중력을 달래는 사람』, 동시집『기린을 만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