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이근영 노란색 불빛으로 색칠한 카페 테라스 짙푸른 색의 우울이 숨어 있는 하늘 풍부하게 채색이 되는 밤 너에게 편지를 쓸게 까마귀들이 몰려드는 끊어진 길가 회오리바람에 휘둘린 별이, 별들이 빛나던 그림을 너무 자세히 보다가 목이 칼칼해졌어 날숨이 울대마개를 스치고 나올 때마다 보라색 꽃잎이 바스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살아있으면 다행인 거야 열 번도 더 죽을 수 있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 책장을 넘기고 있었어 컴컴하게 덧칠한 색채를 긁어내면 나이프 가득 묻어나는 어두운 피 진화하는, 너는 피를 묻히는 것 피 묻은 너를 그리는 것 캔버스에 너의 피를 뿌리는 것 곧게 목을 세운 붓꽃은 정원의 구석에 서서 휘돌아 가며 빛나는 별의 꼬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