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5 4

전어를 굽는 저녁/ 김지헌

전어를 굽는 저녁      김지헌    서쪽으로 가도 좋겠다  연탄 화덕에 전어 올리고  타닥타닥  굵은 천일염 소리 듣는 저녁이라면  고소한 전어의 살점을 나누는  들끓는 저녁이라면   횟집 야외 식탁에서 젓가락으로 바다를 헤집으며  전어를 구워 먹는 사람들  다 받아 줄 것처럼  수평선은 저만치 물러앉아 있다   세상 치욕이 몰려오듯  얼룩말 떼 파도 우레같이 달려들다 몰려나간다  돌아가는 길마저 보이지 않을 때면  바다를 찾는다던 남자  쉼 없이 밀려드는 삶의 파도 앞에서  넘어지고 피 흘ㄹ며 여기까지 왔으리라   서쪽으로 가도 좋겠다  들끓는 저녁 바다 앞  간절한 생의 마지막 문장을 위하여     -전문(p. 24-25)   ---------------*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에..

최형심_거대 기계문명과 혁명 사이에서 꿈꾸다(부분)/ 동학매화 : 김송포

동학매화     김송포    만세운동을 하던 동학혁명기념관 앞 햇살 비추는 곳에서 농민의 외침을 들어보았나 읍 장날 만세 부를 준비를 하다가 태극기를 채소 가마니로 위장하여 남문까지 운반하여 시위에 돌입하다   만세 소리 학교 다닐 때 퍼져가거나    행진하다 총격 소리에 놀라 흐트러지거나   집합하여 시위를 이어간 소리 들어보거나   5.18 역전 바닥에 누워 있거나    물러가라는 외침과 비슷하거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저항이   추위와 바람을 안고 피어난 혁명의 꽃   경기전 안에서 낙엽을 뿌리며 놀거나   농민 외침의 진격 소리 들어 보거나   대화의 첫 망울을 보고 눈앞에서 포효하자   질서에서 방해받던 사람이 화들짝 피어나   만세를 부르면 합창이 되어   얼어붙은 땅에서 올라온 매화향이 ..

사과 알기/ 최휘

사과 알기     최휘    사과야  불러도 꿈쩍 하지 않는 사과    맛있는 사과야  또 불러도  꿈쩍 하지 않는 사과   사과는 제 이름도 모르나    뽀득뽀득 씻어  사각사각 껍질을 벗겨  또각또각 네 조각으로 잘라  아삭아삭 입에 넣어 씹으면  새콤달콤 입술 사이로 즙이 흐르는 사과야   이렇게 부르니까  빨갛게 웃는 사과    -전문(p. 92) ----------------------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에서 * 최휘/ 2012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난, 여름』, 동시집『여름 아이』

동시 2024.07.15

2월에 새로 사귄 친구들/ 김인호

2월에 새로 사귄 친구들     김인호    2월 들어 황새를 만나면서 뱁새가 보고 싶어 뱁새를 찾다가 원앙을 만났고 원앙이 동박새를 소개해 줘 동박이를 만났고 동박이를 만나러 다니다가 흑두루미 주소를 알아 찾아가 인사를 나눴고 그 집에 함께 사는 독수리까지 만났다 지난 주말에는 '지리산 사람들' 총회에 갔다가 함양 엄천강 호사비오리를 만났는데 렌즈가 작아 잘 담아주질 못했다 조만간 대형 망원렌즈를 구입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보내준 흑두루미 사진을 보고 아이들이 흑두루미를 보러 오겠다고 한다 도시의 아이들이 나의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니 기쁜일이다 그렇다고 새로 사귄 친구들 때문에 그대를 잊은 것은 아니다   전문(p. 32)   ---------------------- * 『시와문화』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