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우리 겨울 밀회 서윤후 수감자들에게 처음 눈싸움을 허락한 것은 이례적인 폭설이 지나고 이틀 뒤였다 눈 치우는 사역을 이토록 다정한 방식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 눈사람들은 모두 눈 코 입 하나 없이 표정도 없이 앞뒤 분간도 없이 기분이나 마음도 없이 산발적으로 태어났다 베개는 차가운 것이 좋다고 한다 깊은 잠에 발이 빠져본 사람만이 헤맬 수 있는 꿈의 풍경은 창백했다 풍경을 기워 꿰매는 저 발자국을 따라가볼 거라고 멈추게 하려는 마음에 사로잡혀 영원히 움직이게 된 모빌도 있다 이번 겨울잠엔 선회병에 걸린 양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다 죽은 양을 둘러싸고 수호하듯 경건히 규칙적인 애도를 미쳐버렸다고 생각한 적 있었지만 맴돌았던 걸음만이 도착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