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하린 송곳을 하루 종일 만진 적이 있어요 만지면 만질수록 찌르고 싶은 밤이 자꾸 늘어났죠 일요일엔 일요일에 적합한 슬픔이 떠올랐지요 식당 주방에서 10시간 동안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검게 눌어붙은 애인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혐오란 말이 그때 불쑥 내게 찾아왔어요 동물성 기름을 뒤집어쓴 듯 젠장, 젠장을 남발했어요 지구의 급소가 궁금해지고 한 방향 한 곳을 향해 집중하는 버릇이 생겨났어요 마약에 취한 듯한 구름이 지나갔어요 내 마음은 왜 자존심도 없이 그렇게 푹신한 걸 좋아하는 걸까요 그것이 더 화가 났어요 뭉쳐진 상상으로부터 송곳이 불쑥불쑥 솟아올랐어요 점점 더 자라고 있는 송곳을 어디에 숨겨야 할까요 머릿속에 담으면 송곳이 나를 감시하고 심장 속에 넣으면 기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