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여우
권선옥
바하리야사막 한복판
뜨거운 모래밭
군데군데 풍화하는 푸시시한 돌덩이,
비람에 날아온 풀씨도
싹 트지 않는 허허벌판.
먹을 것을 찾아
느릿느릿 돌덩이 사이를 기웃대는,
어린 여우를 만났다.
발바닥에 불이 나는
저 막막한 모래벌판에는
입술을 적실 물 한 모금조차
없다.
생명은 독하게 야속하고 모진 것,
저 아이도 무사히 자라 어미가 되고
그 어미처럼 새끼를 낳게 해 달라고
나는 그저, 하나님, 하나님
연거푸 하나님을 불렀다.
-전문(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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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3-여름(92)호 <신작시> 에서
* 권선옥/ 1976년 『현대시학』추천 완료, 시집『감옥의 자유』『허물을 벗다』『밥풀 하나』등, 시선집『별은 밤에 자란다』, 수필집『아름다운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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