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가 K에게 김종태 파도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에게서 들은 적 있다 슬픔이 이승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에게서 들은 적 있다 그리움이 사랑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에게서 들은 적 있다 그의 이력을 눈치 챈 누군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어느새 그는 먼 산정 위 전신주로 서 있었다 오르고 또 내리는 동안 그의 청춘은 모래알처럼 산산조각 났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부스러져 내린 모래알을 모아 거대한 부처를 만드느라 주말마다 단단한 절벽을 기어올랐다 심산의 기도처를 찾는 수도자처럼 수시로 기어올랐다 집채만 한 돌의 둔감함을 견디며 돌담의 층계를 맨발로 더듬었다 결국 올라간 그 끝에서 투명한 실오라기를 붙잡은 거미처럼 빙글 흔들리다 다시 사뿐한 하강을 준비하였다 아, 눈부신 ..